“Where love rules, there is no will to power, and where power predominates, love is lacking. The one is the shadow of the other.”
- Carl Jung
오늘 공유하는 융의 잠언은 단순한 ‘사랑 vs 권력’의 대비가 아니라, 관계에서 사랑과 권력은 서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면서 등장하는 심리적 역동임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충분하지 않을 때 사람은 지배·통제·권력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고, 반대로 권력 의지가 지나치면 인간적인 친밀감과 애정은 약해지죠. 그래서 융은 권력과 사랑을 서로의 그림자(shadow) 관계로 보았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메시지에 1자가 없어지지 않고, 연락이 안 되면 조바심이 납니다. 연락을 기다리다 지칠 무렵 답신이 오면 ‘아, 뭐야. 왜 이제야 답해’라며 짜증이 나는 사람이 있고, ‘아, 다행이다. 별일 없으니 됐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이 관계에서 권력과 애정 사이에서 어디쯤 있는지 알게 해 주는 작은 순간입니다.
어떤 분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무슨 권력이 작동할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이해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고 그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맺는 관계 안에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상대를 통제하고 싶어지는 양가적 감정이 교차할 때가 많습니다. 연인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종종 묘한 힘의 줄다리기를 경험하죠. 사랑하기 때문에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상대를 움직이거나 바꾸려는 욕구가 고개를 듭니다. 마음이 불안할수록 우리는 사랑보다 힘을 선택하고, 힘을 선택할수록 사랑은 더 멀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과 힘을 조화롭게 다룰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사랑이 줄어든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짜증을 내거나, 상대를 설득하려고 지나치게 논리와 주장을 앞세울 때, 그 안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힘의 욕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지금 나는 정말 사랑으로 행동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힘이죠. 마음을 여는 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지혜는 매우 강력한 내적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이 권력의 그림자를 이기고 사랑과 힘이 통합되는 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힘이 들고 상처가 자꾸 생긴다면 어쩌면 당신에게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두려워져서 생긴 그림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두려움을 바라보고 따뜻하게 품는 것, 그것이 사랑으로 인해 생긴 힘겨움을 치유하는 비법입니다. ‘사랑’에게 올바른 권력을 실어 주는 진정한 힘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직면하는 용기입니다.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기 있게 말해 봅시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에게 그 말을 듣고 싶어!”